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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여름 빛 아래 - 황수영

by 정구찬 202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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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리단길에서 책방을 간 적이 있다. 어서어서에서 읽는 약을 스스로 처방했다. 독립출판물은 에세이가 주류인것 같고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는 류는 아니다.(내 개인적인 생각이고 내가 무지해서 독립출판물을 오해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이 책을 데려온 이유는 감상평을 쓴 이병률의 글이 울컥해서 이다. 오늘은 수필 여름 빛 아래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숨은 쉬고 있나요? 모든 문들을 닫고 있는 건 아니죠?
자주 울렁거리고 자주 숨이 차는 사람일 테니 자주 숨을 확장하세요

 

처음에

책을 사두고 읽지 않았다. 책을 산 이유도 인스타에서 유명한 책방이니까 뭐라도 사 와야 할 것 같아서 였다. 그나마 고르고 고른 게 여름 빛 아래서였다. 솔직히 억지로 골랐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어디 유명한 관광지에 가서 엽서 한 장이라도 사와야 할 것 같은 기분으로 고른게 이 책이란 소리다. 

서점 안이 좁아서 책 내용을 자세히 살펴 볼 수는 없었다. 만삼천원이 아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돈이면 커피를 두세번은 사먹을 텐데..'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한참은 고민했던 것 같다. 

 

그래도 몇가지 마음에 드는 점이 커피 세잔을 이겼다. 여름빛을 연상시키는 표지와 서두에 적은 것처럼 감상평이 내 눈길을 끌었고 그래서 이 책을 샀다고 해야겠다.

 

사실 요즘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 중에 우울증과 불면증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저 문장을 읽는순간 눈이 벌겋게 물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어둡고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창문하나 없이 달리는 느낌이랄까. 나는 멀미를 심하게 하는 사람인데.

지금 순간이 끝이 날 것 같지 않다. 잠깐의 기쁨을 위해 사는 게 너무 괴롭다. 귀찮아서 힘든건지 사는게 귀찮은건 하여튼 산다는게 힘들다.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느낌이 싫어서 이것저것 시도 해봤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아서 다시 무기력해진다.
 
 
 

 꿈에선 좀 못해봤던 것도 해보면 좋을 텐데.
꿈에서도 그냥 나다.
영원히 나를 끝내지는 못할 것 같다.

 

중간에

책 전반적으로 우울감이 잔잔히 깔려있다. 잔잔히 깔려있다는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엉엉 눈물이 나는 우울감이 아닌
조용하고 또 조용한 우울감이다. 그래서 더 슬프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니면 나 혼자 이 책을 읽고 이런 감상을 남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름 빛 아래라는 책 제목처럼 누군가는 오늘을 넘어 밝은 내일을 상상하며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작가는 검은 개와 함께 산다. 침실에서 나와 거실인 작업실로 가 글을 쓴다.  아무것도 읽고 싶지 않은 날이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도 작가는 나름의 방식으로 노련하게 흘려보낸다.
 
무기력함을 피하기 위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창문을 열기란 참 쉽지 않다.
 
 

멀리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무엇으로부터?
그건 잘 모르겠다.

 

마지막에

겨울이 가고 이제 봄이 오고 있다. 나는 사실 봄을 싫어한다. 내 마음은 끝없이 겨울바람에 요동치고 있는데 푸른 하늘에 따뜻한 햇빛이 비추는게 싫다. 그 괴리감을 어쩔 줄 모르겠다.

 

그럼에도 살아보겠다고 이것저것 건들여도 보고 좌절에 빠져 다시 무기력해지고..요즘은 다시 약을 먹기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마음의 체력이 너무 약해진 것 같다. 예전엔 맷집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왜이럴까.

 

억지로라도 힘을 내야 힘이 나지 않을까 싶다. 억지로 힘을 어떻게 내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말로 으쌰으쌰 하면 되는건지 잠을 푹 자고 나면 힘이 생기는지. 

 

이 구절을 적으면서 이번 감상평은 마무리 하려고 한다. 내가 백마디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을 것 같다.
 

알 수 없는 것은 이제 익숙하다.
알 수 없어서 살았던 날들이 있기에
더는 알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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