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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안전가옥 '대멸종'

by 정구찬 2023.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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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은 2018년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의 '대멸종'이라는 주제로 당선된 다섯 작품을 엮은 책이다. 멸종이란 주제의 이야기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는 데서 뻔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지만 소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새로웠다.

 

 

줄거리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

어떤 모종의 이유로 죽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저승에도 비상이 걸린다. 죽은 자들이 밀어닥치면서 저승은 아비규환이 된다. 예수와 같은 주류 신들을 믿는 지하는 그나마 낫지만 이미 소멸된 것으로 생각되는 연락이 끊긴 지하도 있었다. 망자가 환생할 자리는 한정되어 있으나 지상에서의 죽음이 너무 빠른 탓에 죄의 중함을 따져 환생시킬 겨를도 없었다. 이런 미스터리 한 상황을 파악하고자 서응에서는 차사들을 지상으로 파견하는 한편 과학자, 인류학자, 심지어 무당까지 긴급회의에 소집한다. 그리하여 훗날을 위해 박테리아로 인류를 환생시키는 모험을 하고 저승의 기록을 제작하여 훗날 다시 살아날 인류로 저승도 부활하길 기대한다. 

 

세상을 끝내는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플레이어가 6만번이 넘는 점프를 하면 서버가 터지는 버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전임자가 남겨 둔 주석을 발견하고 동료들에게 그의 행방을 묻는다. 그의 행적을 추적하며 결국 그와 만나게 되고 시스템 안의 오류 코드를 심어 게임의 다운(멸종)을 막는 것처럼 세계라는 소프트웨어의 저장공간을 늘리기 위해 인간을 제외한 외계 생명체를 지우는 방식으로 대멸종을 막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선택의 아이

독특한 목소리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는 가나는 돌고래 뿌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어느 날 뿌는 가나에게 인류의 멸망을 바랄 것인지 아닐지를 묻게 된다. 가나가 원한다면 가나와 가나의 후손들이 죽기 전까지 인류의 멸망을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우주탐사선 베르티아

우주탐사선 베르티아는 오랜 항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려 한다. 그러나 지구는 사라지고 없고 베르티아의 선원들은 혼란에 빠지고 의문을 품게 된다. 건강 관리 안드로이드 포모나의 미심쩍은 행동까지 어떻게 된 일일까..?

 

달을 불렀어, 귀를 기울여 줘

제국의 신년 축하제에 황제, 마법사, 정령사들이 모두 죽는 대참사가 일어난다. 대현자 마르테는 제자와 함께 자신이 마계의 달을 불렀다는 마빈을 만나게 되고 수상쩍은 동행을 하게 된다.

 

느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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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순위 상관없이 전체 틀에 따라 이야기를 배치했다고 하는데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이 일등작이 아니었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지상에서의 멸종이나 저승에서의 멸종이 똑같은 '사람'의 멸종으로 느껴져서 더 흥미로웠다. 지하 세계의 존재의 근간은 지상 세계의 믿음이기 때문에 위의 세계가 사라진다는 것은 곧 아래 세계의 멸망이라는 점도 그랬다. 박테리아는 인간이 되었을까? 나는 첫 번째 쇼트에서 인간의 멸종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쇼츠와의 차이는 희생에 있다. '세상을 끝내는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에서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남의 생명을 희생해 살아남는다. 살아남는다는 건 모든 생명체의 본능이겠지만 인간은 좀 더 다른 느낌의 본능인 것 같다. 모든 생명체들이 남을 희생하는 ㄴ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으니까.

 

'선택의 아이'도 비슷하다. 여기에서도 인간은 또다시 남을 짓밟고 올라 '대멸종'을 피한다. 가나의 선택에 모든 것이 달려있었고 대멸종을 바라지도 않았지만 결국 가나의 결말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인류의 대멸종 대신 죄 없는 아이들이 죽었다. 비록 가나가 죽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는 없었지만 동물들은 예민하니 알았을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그래서 인류가 멸종하길 바란다.

 

사람들은 가장 편안하고 쉽고 안전한 방법으로 죽길 원하지 않을까? '우주탐사선 베르티아'에서 사람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방식으로 죽음을 원했다. 달을 이용해 지구에 충돌시켰다. 베르티아에 보내진 이들도 인공지능으로 뉴런, 신경체가 되어 베르티아를 운용한 것이었다. 

 

환경오염이 날로 심각해지는 지금 기후학자들이 유서를 쓰는 기분으로 산다고 하는 글을 보았다. 기후 위기뿐만 아니라 자연생태계의 파괴 등으로 지구는 망가지고 있다. 인류 스스로가 대멸종을 자초하고 있다. 운 좋게 다른 생명체들을 짓밟고 살아남는다고 해도 종래에는 인간 스스로가 대멸종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혹시 누가 알까? 지구가 인간들보다 한 발 앞서 자살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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